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최근 손질한 데이터 요금제 명칭이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달 2일 밴드(band) 데이터 요금제 명칭을 바꾸면서 10% 부가세를 제외한 월정액 대신 데이터 제공량을 표기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이달 1일부터 데이터 요금제 명칭을 월정액에서 기본 데이터 제공량 위주로 변경했다.
데이터 요금제 명칭 변경은 지난 7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요금제 개선방안을 반영한 결과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소비자가 실 납부요금을 쉽게 알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10월부터 이동통신사의 이용약관·홈페이지·광고물 등에 부가세를 포함한 실제 납부액을 표기하고 요금제 명칭에도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을 사용할 수 없도록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변경된 요금제 명칭이 데이터 제공량만 표기, 실제 납부하는 요금을 가늠할 수 없게 되면서 미래부 권고 취지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
SK텔레콤은 기존 ‘밴드(band) 데이터 요금제’를 시그니처·퍼펙트·세이브로 변경했다. 10만원대 요금제를 뜻한 ‘밴드 100’은 ‘T시그니처 마스터’, 5만원대 요금제는 ‘밴드 데이터 퍼펙트’로 바뀌었다. 가장 저렴한 밴드 29는 ‘밴드 데이터 세이브’로 변경됐다. 데이터 중심 시대에 맞춰 데이터 제공량 중심으로 요금 구간별 고객의 사용 특성을 반영해 명칭을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는 월정액 3만5천900원인 '데이터 35.9' 요금제를 데이터 제공량 1.3GB에 맞춰 '데이터 1.3'으로, 월정액 5만900원인 '데이터 50.9'는 '데이터 6.6'으로 바뀌었다. 기본 데이터를 소진해도 최대 3Mbps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쓸 수 있는 요금제는 '데이터 스페셜'로 달라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요금제 이름만으로도 데이터 제공량을 알 수 있어 오히려 사용자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요금제 명칭만 달라졌을 뿐 내용은 달라진 게 없는데 금액 표기가 달라지면 소비자가 다른 요금제로 착각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요금제 명칭만으로 요금이 얼마인지 파악하기 어려워졌지만 미래부의 가이드라인에 실 납부금액을 명칭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어 요금제에 데이터 제공량만 표기해도 규정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요금제 명칭 변경이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단말 가격과 통신 요금을 합한 총액으로 마케팅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액이 표기되지 않는 요금제 명칭을 쓸 경우 불필요하게 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에 현혹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
구매자가 요금제별 단말 지원금과 요금할인(선택약정)을 비교하려고 해도 요금제 명칭만으로는 금액을 알기 힘들어 일일이 요금제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점도 불편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단말기 지원금 공시 사이트나 20% 요금할인 비교사이트에서는 변경된 요금제 이름뿐 아니라 실제 내는 요금을 병기하도록 행정지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동통신 3사 가운데 KT는 새로운 데이터 요금제 이름에 부가세를 포함한 총 납부액을 표기하고 있다. 지난달 9일부터 부가세 제외 월정액이 2만9천900원인 '데이터 선택 299'는 부가세 포함 금액인 '데이터 선택 32.8'로, '데이터 선택 999'는 '데이터 선택 109'로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