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국민안전처가 앞으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시 전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다음달부터는 발송시간도 8분에서 1분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1978년 계기지진관측을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였던 9·12 지진이 이후 계속되는 여진의 영향으로 23명의 부상자와 총 110억원 이상의 피해를 냈기 때문.
하지만, 큰 규모의 지진을 겪으면서도 긴급재난문자를 보내는데 평균 8분이 넘게 걸렸다. 이는 일본이 규모 5.0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시 자동으로 전국민에게 재난경보를 문자로 10초 내에 발송하는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느리다.
또 다른 허점도 보였다. 국민들이 지진이 발생 후 안전처에 지진 상황을 알아보고자 홈페이지를 접속하려 하였으나, 먹통이 되어버리는 황당한 상황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시민들은 긴급 상황에 무방비 상태로 뉴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만 했다. 경악할 만한 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정부의 안전불감증이다. 당시 5.1과 5.8의 강진이 발생했음에도 기상청과 경주시청에 설치된 지진가속도계측기는 먹통이 돼 버렸고, 이 같은 지진 상황을 꼭 알아야만 하는 국민안전처와 청와대 등은 기상청이 보낸 ‘긴급 지진 통보’ 팩스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지진으로 구멍난 긴급문자 서비스가 드러났고, 통신불안에 대한 공포심, 정부에 대한 불신 등이 높아졌다. 안전처가 뒤늦게 홈페이지의 서버 용량을 관계부처와 함께 2차례에 걸쳐 증설하고 연계서비스 표출방식 등도 변경해 콘텐츠 용량을 줄이기로 했지만 신뢰감이 떨어진 정부에 우리의 안전을 맡길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지진 대응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경우를 빌어 지금의 우리 정부의 IT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건 어떨까.
일본은 도호쿠 지진(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난 뒤 2011년 6월 13일 일본 정보통신심의회 정보통신정책부회 신사업창출전략위원회가 '지식정보사회 실현을 위한 정보통신정책 방향성'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당시 대지진 피해지역 지방자치단체의 '동일본 복구·부흥'과 중앙정부의 '일본재생' 시책을 동시에 추진할 때 고려해야 할 'IT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일본 대지진 이후 IT정책변화와 과제'로 정리한 바 있다.
여기에 기재된 일본 IT정책의 기본전략은 다섯가지로 추려진다. ①통신 인프라의 내(耐)재해성 강화 ②IT에 의한 지역 유대(결속)의 재생 및 강화 ③IT 활용을 통한 신사업 창출 ④IT를 통한 에너지 문제 극복 ⑤IT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이다. 이 중 대지진 피해 극복을 위해 일본 정부가 설정한 IT정책은 통신인프라의 내재해성 강화, IT 활용을 통한 신사업 창출, IT를 통한 에너지 문제 극복에 집중돼 있다.
<>통신 인프라의 내재해성 강화
일본은 대지진 발생 직후 통신-방송 인프라가 기능을 해야만 비로소 신속한 재해 복구와 피해자 안전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총무성은 통신 신뢰성 향상과 통신량 폭주에 대한 대비책을 검토하고 시책을 마련토록 했고, 지방자치단체는 브로드밴드 환경과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정보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필요에 따라 저비용의 유연하고 신속한 컴퓨터 자원 이용이 가능하도록 노력하면서 통신 인프라의 내재해성을 강화 시키고자 했다.
<>지역정보·서비스의 광역 제공 구조 구축과 스마트 클라우드 전략 강화
고령자 등의 ICT 능력을 향상을 꾀하고 고령자가 사용하기 편리한 서비스 개발도 촉진하고자 했다. 예를 들면, 피해지역 지자체가 피난을 떤 주민들에게 인터넷으로 생활 정보 등을 제공해 고령자도 쉽게 지역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일본은 지진과 쓰나미로 지자체와 기업의 정보시스템이 파괴도어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손실된 정보시스템을 손쉽게 복구-재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 보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때문에 의료 클라우드를 통해 원격 의료 서비스 등 광력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모바일 단말기를 활용해 진료-조제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의료정보 전자화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최적의 통신망 인프라를 확보하고자 했다.
재해 발생 시 공공기관 사이트의 접속 폭주 사태를 막기 위해 미러 사이트(백업 및 이중 보관용 사이트)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활용을 촉진하는 절차를 정부부처가 조기에 확립하고 공유하도록 계획을 세웠다.
<>도호쿠(東北)지방에 새로운 IT 거점 창조
뿐만 아니라 ‘일본재생’을 위한 성장력 확보와 관련, 특히 IT 산업의 관점에서는 일본 유수의 정보
통신 분야 연구거점으로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호쿠 지방의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소프트웨어 개발거점을 정비하고 도호쿠 지방에 국내외 R&D센터 및 실증 시설을 유치하는 등 IT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개발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동통신을 활용한 신사업 창출
일본은 다양한 무선 네트워크를 대체 통신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선 브로드밴드 테스트베드를 구축을 모색하기도 했다. 통신이 두절되는 경우에도 이동형 고성능 무선국이 자율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도록 ‘끊김 없는 무선통신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고 그 성과 도입을 위한 실증 실험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었다.
<>에너지 제약 극복을 위한 IT의 공헌 방안
당시 지진을 계기로 일본은 IT를 활용한 CO2 배출량 감축과 IT 산업부문 자체의 CO2 배출량 감축 노력을 가속화할 필요성도 제기했디. 지진이 발전 시설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으며, 그 결과 지진피해 지역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에서 제한 송전 사태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들이 지진 피해 지역과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처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또한 지역 내의 재생가능 에너지 활용 방안에 중점을 두고 추진되며, 재생가능 에너지의 '지역생산·지역소비'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수요자들 사이에서 전력을 유통할 수 있는 구조인 ’일본형 스마트그리드'를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수요자들은 전력 소비량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도록 지역 단위로 스마트 미터기를 배치하고, 가정용 에너지 사용량 계측기와 스마트 미터기간 연계를 위해 표준 사양화를 추진했다.
수요자의 승낙을 전제로 소비전력 데이터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하며 애플리케이션 활용 촉진하고 스마트미터기의 선행 도입을 통한 실시간 전기예보를 검토, 스마트미터기를 통해 수집한 소비전력 관련 스트리밍 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처리하기 위한 보안기준 등을 책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