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에 말이다. 당신은 MIT를 다니는 수학천재이고, 동시에 당장 하버드 의대를 입학하는 게 유일한 꿈인 청년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3억원이란 비싼 등록금은 수중에 전혀 없다.
단지 양복점에서 시급 8천원짜리 매니저 알바를 하는 게 벌이의 전부. 그러던 중 뿌리치기 힘든 제의가 들어온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의 일종인 블랙잭을 하는 팀에 합류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그것.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영화 21(감독 로버트 루케틱, 2008년 作) 주인공 벤 켐블(짐 스터게스)에게 다가온 선택의 기로다. 벤에게 닥친 순간은 그리 간단히 정의하긴 힘들 거다. 명문 의과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재능보단 우선 ‘돈’이라는 장벽을 마주해야 하는 사회적 현실, 그리고 천재들이, 아니 모든 욕망에 충실한 인간들이 헤어나오기 힘든 도박의 유혹 말이다.
3억 이라는 목표 금액을 따고 나면, 손을 씻을 수 있다는 희망도 뒤섞여 있다. 물론, 간단한 숫자 카운팅을 통해 21에 가까운 카드를 가지면 이기는 블랙잭은 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덧셈 뺄셈일 뿐이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이 있다. 그가 척척 모든 변수를 고려한 덧셈 뺄셈(카운팅) 보다 ‘간의 욕심’이라는 것이 훨씬 복잡한 변수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상상만으로 그리던 MIT 퀸카와의 사랑을 꿈꾸던 애송이 벤은 양복점에 찾아온 질 테일러(케이트 보스워스)가 남긴 강력한 말에 이끌린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되뇌이며 팀합류를 고민하는데…
결국 질과 지미(제이콥 피츠), 최(아론 유), 키아나(리자 라피라)가 있는 MIT 수학천재들의 블랙잭 카운팅 팀과 이를 지휘하는 리더 미키 교수(케빈 스페이시)는 단어=숫자, 수신호 등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만의 암호를 만들어 신분을 위장하여 주말마다 라스베가스로 날아가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려 한다.
블랙잭은 카드의 합이 21점 또는 21점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사용하는 카드는 사적인 게임에서는 조커를 제외한 52장을, 카지노에서는 보통 여러 벌을 사용한다. 참가하는 인원수는 2∼8명 정도.
에이스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1점 또는 11점으로 계산할 수 있고, K·Q·J·10은 10점으로 계산하며 그밖에 9 이하의 카드는 그 숫자대로 점수를 센다. 처음 2장의 카드가 에이스와 10(J·Q·K를 포함)으로 21점이 된 것을 '블랙잭'이라고 하는데, 보통은 베팅액의 2배를 얻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의자에 앉아 양손을 뒤로 한 채 손목을 잡으면, 큰 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 손을 눈 근처에 가져가 만지는 건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 또 손으로 머리를 만지는 행동은 이제 판을 떠나라는 암호다.
하지만, 카지노에는 이런 전문 ‘카드 카운팅꾼’들을 대비하기 위해 콜 윌리암스(로렌스 피시번) 같은 보안요원들이 있다. 콜은 매주 거액을 따가는 그들을 의심하고, 수신호를 찾아내기 시작한다. 물론, 그들을 잡겠다는 집착은 IT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첨단 감시 시스템이 늘어가면서 점점 일자리를 잃어가는 그의 분노도 함께 투영된 모습이다.
콜은 도박에 취한 MIT천재들을 잡아낼 수 있을까 이들 중 악인은 누구로 정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삶의 지표로서 ‘돈’이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벤은 하버드 의대에 장학생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얼마나 욕심을 부리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 모든 의문을 풀고 싶다면, 영화 21을 봐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