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만 가까운 나라 몽골
멀지만 가까운 나라 몽골
  • Korea IT Times
  • 승인 2010.03.25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김호연 주한몽골 명예영사

몽골 수흐바토르 주에는 한국인이 살지 않는 '코리아 타운'이 있다. 지난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필자는 해비타트 운동의 일환으로 몽골 현지에 11채의 현대식 주택을 지었다. 주택이 들어선 지역 사람들이 그곳을 '코리아 타운'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흐바토르의 아이막에 있는 테무렐 종합학교에는 최신 설비의 어학실습실을 마련하여 기증했다. 한국에서 기술자들을 데리고 갔던 그 때를 회상하면 지금도 보람을 느끼곤 한다.

몽골과 필자의 인연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의 남양주시는 1998년부터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시와 자매 결연을 맺었다. 남양주시 도농동에 사업장이 있는 (주)빙그레는 남양주시에서 가장 유력한 기업에 속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도농 사업장에 몽골 정부 관계자나 정치인들의 방문이 잦았다. 당시 필자는 회사가 자리한 자치단체의 해외 교류에 기여함으로써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그래서 2001년부터 몽골 명예영사직을 맡아 본격적으로 한․몽 교류 및 우호증진 사업에 나섰다.

2003년에는 몽골의 지방 고위공직자 40여명의 한국 행정 연수를 지원했고, 울란바토르 시장과 농림부 장관 등 고위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산업체 견학 등을 추진했다. 몽골 고위 지도자들이 우리나라의 선진 행정과 경영 마인드를 접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할 때, 큰 보람을 느꼈다. 처음에는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책임감에서 시작했으나, 한국과 몽골의 국가 차원 교류에 기여하자는 보다 큰 목표를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2003년부터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몽골독립기념 행사도 지원했다.

돌이켜보면 필자와 몽골의 인연은 우연하다면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우연으로 시작한 인연이라도 그것이 의미 있다면 보다 넓고 깊게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 차원의 국가 간 교류는 국익 도모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간 교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최상이다. 대한민국과 몽골은 그 역사적 인연도 깊지만 양 국민의 외모는 거의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 이 점에서도 몽골은 우리에게 '멀지만 가까운 나라'가 아닐 수 없다.

필자가 2001년부터 우리나라에 유학 중인 몽골 유학생과 현지 교수 및 학생 등을 대상으로 장학금 지급 및 취업 지원 사업을 하는 것도 그런 소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180여명이 장학금 및 연구비를 지원 받았는데, 이들이 몽골 발전을 위한 핵심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국가 간 민간 교류에서 순수한 우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우르진훈데브 페렌레이 전 주한 몽골 대사와 필자가 맺은 인연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우르진훈데브 대사의 한국 사랑과 인품에 반한 필자는 그 분과 형제처럼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고, 명예영사 활동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대한민국과 몽골의 우호협력 관계는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하게 발전되어야 한다. 필자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환경 분야 협력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몽골은 중국의 내몽골 지역과 함께 대표적인 황사(黃砂) 발생지다. 몽골 고비 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매년 봄 우리나라를 엄습하는 황사의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사로 인해 우리나라가 입는 경제적, 환경적 피해액은 7조 원에 달한다. 황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체계적인 조림(造林) 사업을 통해 몽골의 사막화를 방지해야 하고, 사막화 방지에는 국가 간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산림청과 몽골 자연환경관광부가 작년 1월 '한·몽골 간 황사 및 사막화방지 협력에 관한 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몽골의 그린벨트 조림 사업을 비롯한 여러 측면의 협력이 이루어질 전망이지만, 민간 차원에서 기여할 부분도 매우 많다. 현재 몇몇 민간단체와 기업이 몽골 사막화 방지 노력에 힘을 보태고는 있지만, 문제는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다.

몽골 현지 풍토와 기후에 맞는 수종(樹種)을 선별하고 개발하는 일, 무작정 나무를 심는 게 아니라 체계적,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 등이 시급하다. 필자는 충청남도 새마을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최근 새마을운동은 '그린(녹색) 새마을운동'와 '글로벌 새마을운동'의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 중이다. 그래서 필자는 새마을회 차원에서 몽골 사막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이야말로 그린(green)과 글로벌(global)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는 길이 아니겠는가.

국익 차원으로 보면 몽골은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자원외교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나라다. 몽골은 유연탄과 우라늄 등을 다량 보유한 세계 10대 자원부국이지만, 자본과 기술 부족으로 국토의 70%는 탐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자원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나라와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다. 그러나 자원 분야의 협력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평소 꾸준하게 공을 들이면서 인간적이고 솔직한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국익을 위한 외교도 빛을 발하기 어렵다.

최근 우리 정부의 주요 국정 슬로건은 국격(國格) 향상과 '더 큰 대한민국'이다. 군사력과 경제력 같은 하드파워에 앞서, 국제 사회에서 책임을 다함으로써 신뢰를 받고 문화적 매력을 발산하는 것, 즉 소프트파워가 국격 향상의 지름길이다. '더 큰 대한민국'도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민간 차원의 다양한 인적 교류와 비(非)정치적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협력 사업들이야말로, '더 큰 대한민국'이 되는 지름길이다. 요컨대 '더 따뜻한 대한민국', '더 매력적인 대한민국'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더 큰 대한민국'이다.

필자는 앞으로 대한민국과 몽골의 우호협력 관계가 바로 이러한 국격 향상과 '더 큰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시금석과 같으리라 생각한다. 대한민국과 몽골의 역사적인 수교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한․몽 관계의 진일보한 새로운 출발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을 새삼 되새겨 본다. '내가 원하는 우리 민족의 사업은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명예영사로서 몽골과의 우호협력에서 이러한 백범 선생의 신념을 늘 염두에 두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1206, 36-4 Yeouido-dong, Yeongdeungpo-gu, Seoul, Korea(Postal Code 07331)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36-4 (국제금융로8길 34) / 오륜빌딩 1206호
  • URL: www.koreaittimes.com / m.koreaittimes.com. Editorial Div. 02-578-0434 / 010-2442-9446. Email: info@koreaittimes.com.
  • Publisher: Monica Younsoo Chung. Chief Editorial Writer: Kim Hyoung-joong. CEO: Lee Kap-soo. Editor: Jung Yeon-jin.
  • Juvenile Protection Manager: Yeon Choul-woong. IT Times Canada: Willow St. Vancouver BC, Canada / 070-7008-0005.
  • Copyright(C) Korea IT Times, All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