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원인, 총체적 부실이 빚은 人災
ESS 화재 원인, 총체적 부실이 빚은 人災
  • 이준성
  • 승인 2019.06.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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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급속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화 불러

지난 2017년 8월부터 1년 9개월 동안 전국 23곳에서 잇따라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의 원인이 밝혀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의 분석내용을 공개했다.

사고원인은 4가지로 알려졌는데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 체계 미흡 등이다. 조사위는 관리 부실과 설치 부주의가 직접적 원인이며 제조 결함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결함부터 운영·관리 미흡까지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인재인 것으로 판명된 셈이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너무 다급하게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을 편 결과 ESS연속 화재가 발생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직접 원인은 아니더라도 배터리 제조사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들의 책임소재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를 말한다.

태양광이나 풍력이 전기를 만들어낼 수 없는 야간이나 바람이 없는 날에도 비축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꼭 필요한 시설로 꼽히고 있다.

ESS는 점진적 원전 폐쇄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기치로 삼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다. ESS 보급은 전기요금 할인 특례,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지급 등 각종 지원책의 영향으로 2017년 이후 급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2013년 30개에 불과하던 사업장 수는 지난해 947개로 급증했으며 배터리 용량도 30MWh에서 3632MWh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ESS 시장 규모는 세계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ESS 설비에 대한 운영·관리 체계는 이런 양적 성장을 따라잡지 못했고, 1년 9개월간 일어난 23건의 화재사고는 정부의 과속 정책의 결과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행 안전 기준을 보면 ESS 성능은 물론 배터리나 PCS(전력변환장치) 등 주요 부품에 대한 인증 기준 자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설치 장소에 따라 ESS 설치 용량을 제한하는 규정도 없으며 병원·호텔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돼 있는 주요 설비임에도 소방·방화시설로 지정돼 있지도 않다.

이번 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정부의 안전관리 부실 역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민관합동 조사위원회도 화재 사고의 원인이 배터리 자체보다는 보호와 운영 등관리 미흡에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조사위는 다수의 사고가 같은 공장에서 비슷한 시기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셀 해체분석을 시행한 결과 일부 셀에서 극판 접힘, 절단 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의 제조결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슷한 셀을 제작해 충·방전 반복시험을 180회 이상 수행한 결과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

즉, 배터리를 가혹한 조건에서 장기간 사용하면 위험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이번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게 조사위의 결론이다. 하지만 일부 배터리 셀에서 화재 사고와 무관치 않은 제조결함이 확인된 만큼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화재사태로 양적 성장에 치우쳤던 우리 ESS 산업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다"며 "이번 ESS의 안전제도 강화 조치를 기반으로 우리 ESS 산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위해 분야별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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