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미래금융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이다(4)
[연재] 미래금융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이다(4)
  • 구태언 변호사(taeeon.koo@teknlaw.com)
  • 승인 2019.09.08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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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계는 지금 ‘현금 없는 사회’로 재편 중
(2)세계 금융시장의 새로운 기준, 암호화폐
(3)암호화폐 투자가 글로벌 스타트업 키운다
(4)미래금융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이다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2014년 영국에 설립된 와일렉스는 암호화폐 직불카드(crypto debit cards)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용법은 체크카드와 똑같은데, 차이가 있다면 카드에 연결된 것이 법정화폐가 아닌 암호화폐이고 결제 때마다 당시 시세에 맞게 전환돼 지급된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특정 국가의 간접을 받지 않고 국경의 영향도 없으므로 해외에서 사용하기에 최적이다. 그 나라 화폐로 환전할 필요 없이 곧바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해외송금도 훨씬 낮은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고, 기존 화폐로는 불가능한 사물인터넷 기기 소액결제도 가능하다. 

와일렉스는 비자카드와 제휴를 맺어 비자카드 사용이 가능한 상점 모두에서 암호화폐 직불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와일렉스의 암호화폐 직불카드 사용자는 130여개 국가 100만 명에 달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가 단순히 투자 수단이 아닌 실생활에서 화폐로도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암호화폐 너머 블록체인의 진짜 모습을 보라  

“과거 인터넷을 활용한 모든 서비스를 핀테크 1.0이라고 불렀다면, 현재는 핀테크 1.5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시기다. 핀테크 2.0은 블록체인을 핵심기술로 삼는 단계다. 현재 차세대 금융 플랫폼은 블록체인밖에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암호화폐에 국한하지 않고 시선을 블록체인 전체로 옮기면 이 기술과 시장 확대는 거의 확실하다. 앞으로 금융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것이다.” 

2018년 3월 방한한 후지모토 마모루 SBI 홀딩스 블록체인 담당 임원의 말이다. SBI 홀딩스는 일본 최대 인터넷 금융회사로, 2016년부터 블록체인을 이용한 차세대 금융 플랫폼을 연구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블록체인 연구에 투자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방한 당시 소개한 SBI 홀딩스 블록체인 사업 모델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일본 61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이었다. 일본 은행 자산 총액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61개 은행은 블록체인 기반의 통합 스마트폰 앱인 ‘머니 탭’을 출시했다. 

일본은 전체 결제 중 현금 비중이 65퍼센트로 선진국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현금 결제를 위해 지출되는 운송비용만 매년 2조 엔(약 19조6288억 원)에 이른다. SBI 홀딩스는 일본 금융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3위 규모의 암호화폐인 미국 리플과 합작으로 SBI리플아시아를 설립했다. 실제로 자체적으로 입출금 거래에 블록체인 리플 기술을 적용한 결과 9~15퍼센트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리플 기술을 적용한 머니 탭은 송금에 걸리는 시간이 10초에 불과하고 송금 수수료도 종전 10분의 1 수준이다. 머니 탭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에 스타트업 중심으로 소규모로 진행돼온 블록체인 방식의 금융거래를 일본 은행 전체로 확대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일본 금융거래에 대대적인 혁신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블록체인은 지역화폐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화폐는 법정화폐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지역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지역에서 찾아 활용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 우리나라 지역화폐는 총 60여개로 올해에만 10여개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발행을 시작한 경기도 성남시 ‘성남사랑상품권’과 서울시 마포구 ‘모아’가 대표적이다. 마포구 모아는 누적 유통 규모가 2억 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지역화폐는 데이터 집계가 어렵고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며, 발행비용의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된 지역 암호화폐는 이런 문제들을 일거해 해결할 수 있다. 노원구청은 2018년 2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지역 암호화폐인 ‘노원(No-Won)’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중앙 통제 시스템과 연동된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술로 데이터 안정성을 높였고, 데이터 표준화와 전산화로 결산과 감사에 필요한 서면 작업을 간소화했다. 법정화폐와 일대일 비율로 시세를 고정해 부정사용 가능성도 차단했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이라는 원래 목적을 달성하면서 동시에 비용 절감과 투명성까지 확보했다. 최근에는 노원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여러 지역에서 블록체인 지역화폐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블록체인을 적용한 새로운 금융 거래가 우리의 일상으로 이미 자리 잡고있다. 

디지털 경제의 중심에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 

암호화폐 기술은 블록체인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SBI 후지모토가 지적한 것처럼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 모델은 금융 말고도 무궁무진하다. 의료 서비스 혁신도 그중 하나다. 지금까지 의료 정보는 정부와 병원, 의료진만 열람이 가능한 독점적 구조였다. 과거 진료 기록을 알고 싶을 때는 해당 병원이나 정부 기관을 통해야만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환자는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의 의료 정보를 언제어디서나 열람할 수 있다. 병원과 보험사에게 어느 정도까지 의료 정보를 공개할지도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환자의 정보 주권이 한층 높아지는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원천 봉쇄된다. 기존에는 해당 병원의 중앙서버가 해킹당하면 환자들의 의료 정보가 간단히 유출됐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해킹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내 의료 분야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메디블록은 환자와 병원과 연구자를 하나로 연결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메디블록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환자들은 자신의 의료정보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고 보험 청구와 심사도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연구자도 병원과 연계하지 않아도 환자에게 직접 데이터를 받아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게임업계 골칫덩이 중 하나인 아이템 확률과 아이템 조작을 막을 수 있다. 기존 게임들은 개발사에 따라 부도덕한 조작이 가능했지만,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모든 거래가 투명하게 공개돼 부정이 끼어들 틈이 없다. 실제로 최근 게임업계는 블록체인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리얼리티 리플렉션은 2018년 5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증강현실 부동산 게임(AR)인 ‘모스랜드’를 선보였다. 모스랜드는 가상화폐로 부동산을 사고파는 가상경제 게임으로, 가상화폐 모스코인(Moss Coin)과 자체 블록체인인 모스체인(Moss Chain) 기술을 적용했다. 게임 속 부동산 거래로 획득한 모스코인은 향후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을 통해 실제로 환전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한빛소프트는 게임과 연계한 블록체인 플랫폼 ‘브릴라이트’를 구상 중이다. 브릴라이트 플랫폼에 참여하는 게임을 플레이하면 브릴라이트 코인(BRC)을 적립해주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게임 속 자산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이동할 수 있다. 

이외에도 넷마블게임즈와 넥슨, 엠게임 등 국내 게임업체 다수가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블록체인 관련 산업은 나날이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블록체인과 관련한 법 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정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미리 정한 개인정보 사용기간이 지나면 해당 정보를 파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한번 저장된 정보는 결코 수정이 불가능하다. 만약 관련 규정이 없는 상태로 블록체인 관련 비즈니스가 대중화될 경우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을 고려해 식별 가능한 정보를 삭제한 개인정보에 한해서 파기 규정을 예외로 두는 규정을 신설해야 하는 이유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취급하면 암호화폐를 발행할 때마다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자금융법의 적용을 받는 ICO는 5억 원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이 투자금을 모으기 위한 방법이 ICO인데 암호화폐로 자금을 모으려면 5억 원이나 되는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앞뒤가 뒤바뀐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법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를 명문화하고, 기존 규제를 배제하거나 완화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블록체인 신산업과 기존 규제 사이에는 수많은 갈등과 충돌이 존재한다. 법조계 전문가들과 관련 분야 실무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2017년 8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가 출범했다.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큰 갈등 없이 지금에 이른 것은 협회의 공이 크다. 2018년 5월에도 ‘블록체인 산업진흥 기본법’을 제안하는 등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법 학회’도 만들어졌다. 정기 세미나를 통해 국내 규제 현황과 해외 판례를 연구하고, 이를 통해 블록체인 관련법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계 경제는 빠른 속도로 디지털 경제로 변화하고 있고, 그 중심에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 경제는 중앙형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의 중개로 재화와 서비스 유통이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근간으로 탈중앙형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나 대기업을 통하지 않아도 기술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개인과 개인이 직접 재화와 서비스를 주도받을 수 있게 됐다. 중앙형 공급자가 없어도 서비스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그 생태계 위에서 다시 재화와 용역의 공급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탈중앙형 생태계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우리의 일상을 혁신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자, 인터넷 회선 강국이면서도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강국에선 밀려난 지난 과오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자면 현재 블록체인에 쏠린 과도한 규제를 걷어내고 관련 산업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네이버와 다음 이후 혁신적 기업의 탄생 여부는 블록체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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