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 “수은과 합병 적극 추진” 논란
이동걸 산은 회장 “수은과 합병 적극 추진” 논란
  • 김민지
  • 승인 2019.09.1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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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관 기능 중복,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 필요 주장
수은 노조, “무능력 감추기 위한 무책임한 발언” 강력 반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 SBS CNBC 캡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 SBS CNBC 캡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수출입은행과의 합병을 언급한 이후 양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이 회장은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며 “두 기관이 합병돼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되면 기업들에 대해 보다 집중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내부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사견”이라면서도 “임기동안 면밀하게 검토해 정부와 협의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혁신기업과 신사업을 육성하는 것이 산은의 주요목표인데, 현재로서는 산은의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며 “기업금융 지원과 구조조정 등 두 기관의 기능이 일부 중복되는 영역을 합쳐 인력과 예산을 효율화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것”이라고 주장했따.

최근 몇몇 지역구 의원들이 제기한 ‘산은 지방이전론’에 대해서는 “원래 수은 부지가 우리땅이었다. 다시 찾아와야 할 거 같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할 시점에서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퇴보”라며 이전가능성을 일축했다.

두 기관의 기능이 중복돼 갈등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김창록 당시 산은총재가 ‘국제금융투자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하자 수은측은 “국제금융 업무는 설립목적상 산은의 기능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산은이 국제금융 업무를 하겠다는 것은 수은의 업무영역을 침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채금융 개편에 대한 문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의되는 해묵은 과제다. 실제 지난해 초 금융위원회가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을 공론화했지만 결론 없이 흐지부지됐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노조는 “낙하산 회장이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려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1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수출입은행지부는 성명을 내고 “산은이 구조조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우리나라 정책금융에 대해 말할 입장이 못 된다”며 “이 회장은 산은과 수은의 합병에 관한 논의로 본인의 경영능력 부재와 무능함을 감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내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견인해야 할 산은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회피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은 노조는 “수은과 산은이 기능이 중복되는 국제금융 부문은 수은이 그 동안 전문성을 축적해온 분야”라며 “오히려 산은이 국제금융 부문을 수은에 넘기는 게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수은만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공적수출신용기관(ECA)로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데, 수은이 산은과 합병되면 유럽, 일본 등 경쟁국에서 이를 문제삼아 자칫 수출 보조금 지원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노조는 지방이전과 관련해 ‘수은 부지를 되찾아 오겠다’는 이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타 국책금융기관을 비하하고 흔들기 위한 발언”이라고 지적하며 이 회장의 발언 시기가 수은행장 공석기간을 틈타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9일, 은성수 전 수은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현재 수은행장은 공석으로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임기가 1년여 남은 이 회장이 관련부처와 합의도 없이 합병에 대해 작심발언 한 것은 최근 산은의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것에 그 배경이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정부 주도로 경제개발이 추진될 때는 산은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산업구조의 변화로 기업 구조조정 등 업무범위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일반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대출 등의 분야에서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산은의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산은과 수은의 합병은 이 회장의 사견”이라며 “사전에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업계에서는 두 기관의 소관부처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로 나뉘어 있는데다 공기업 지방이전 등 관련된 현안과 이해관계자가 많아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힘들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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